TIMELOG/Intern Chart

어떤 기분이어야 하는걸까.

photoholicat♪ 2014. 12. 20. 17:34


2014의사로서의 첫번째 해는 인턴으로 열심히 살았다.

살면서  나의 시간, , 노력, 체력을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쏟아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올해도 어느새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고, 불확실했던 많은 것들은 대부분 결정되었다. 페이스북엔 친구들의 합격고백(?) 소식이 가득인데 나는 말이 없다. 수술방에서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도 나에게 갑자기 (필요이상으로) 친절해지셨다.

 

             그래, 나는 떨턴 되었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가득하던 지원을 결심하면서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지 않은건 아니었지만, 시험준비를 하면서는 긍정적인 결과만 생각하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최선을 다한다' 스스로의 기준이 조금 모호했던 느낌이라 무의식적으로는 내가 합격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생각보다 너무 담담하던 나의 태도.

그렇게 기대하고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 좌절됐는데도 솔직하게 슬퍼하지 못할까. 일부러 눈물을 참는 아니라 전혀 슬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게 진짜 감정을 속이고 묻어버리는 아닐까 ,  빼꼼히 고개를 들고 싶어하는 슬픔을 자존심때문에 모르는 밟고있나 ? 이런저런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치다가. 이내 내년에 떠날 여행이며 계획을 세울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무엇에 크게 실망하고 실패에 마음 아파하는 것을 심하게 두려워하는 내가  마음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걸까싶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굳이 슬픔을 꺼내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지금 이대로 있다보면 상처가 익어 언젠가는 툭. 하고 터지는 날이 있겠지.


10대부터 지금까지 1년도 쉬지 못하고 달려온 시간이었지만

겁쟁이라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1 용기는 이제와서 없었다그런 내가 1년이라는 선물을 받았으니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차분히 써볼 생각이다.

 

오늘도 새벽부터 병동 콜에 잠이 깨어 13층으로 올라가 일을 하는데, 아직 해도 뜨지 않은 한강 풍경이 안으로 들어왔다. 외로운 풍경이었지만 순간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마음이 아팠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얼마전에서야 보았다.

이해하고 생각하고 볼거리가 많은 영화였지만 가장 오래 떠올랐던 .

표현 못할 정도로 넓고 깊은 우주에 떠있는 인간이라는 티끌은 허망하고 무의미한 것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아까운줄 모르고 삼켜버리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지금 이순간이 전체의 입장에선 작고 작은 것임을 기억한다면 12월의 떨턴들에게 조금 힘이 되려나억지스런 허무주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튼 힘을 냈으면 좋겠다.


넘어지고, 돌아가는 사람이 장애물 없었던 이보다 훨씬 성장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힘내요.



'TIMELOG > Intern Ch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겨울밤의 단상  (0) 2015.01.28
관계중독.  (0) 2014.12.28
Cafe de la paix  (0) 2014.10.03
9월. 토요일이야  (0) 2014.09.13
여유로워.  (0) 201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