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건이야기/대학원 이야기 6

싱가포르 응텡퐁(Ng Teng Fong) 종합병원 - 병원건축 강의를 들으며

이번 학기, 의료경영학 강의를 듣고 있다. 지난 주 수업은 병원 건축이었다.전공의 시절, 고위 보직을 맡고 계신 교수님들이 새병원 건립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머리아파하시는 걸 본 게 병원 건축에 대한 내 인상의 전부였는데, 건축가의 시선에서 본 병원 건축 이야기는 무척 색다르고 흥미로웠다.강의의 여러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싱가포르의 한 병원 건축사례! 어떤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응텡퐁 종합병원이었다. 모든 침상에 창문이 있어서 햇빛과 정원을 조망할 수 있게 설계한 곳으로, 복도의 폭을 다르게 설계해 (베르누이의 원리로?!) 환기를 용이하게 했다는 특징도 있었다. 가족이나 내가 아파서 입원하게 되었을 때, 이런 환경의 병원이라면 그래도 훨씬 행복하겠다. 나을 힘이 더 나겠다.. 라는 생각을..

보건대학원 3학기 중간정산.

3학기가 되었으니 여유있게 이틀 정도 나오면 되겠지 하는 나의 안일한 마음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필수, 전공 선택 과목 이수 조건을 충족시키려다 보니 수강신청 스케쥴은 대실패. 5일중에 무려 3일을…! 꼬박꼬박 등교중이다. 하루에 하나의 수업만 듣긴 하지만, 왕복 2시간의 등하교길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래도 이번 가을에는 책과 좀더 가까워져서, 그 지루함을 수월하게 견디고 있다. 그래서 이번학기는 이렇게 세 과목을 듣고 있는 중. 국제보건과 사회문화 ii - 1학기 신입생 시절 수강했던 사회문화I 의 좋은 기억에 아묻따 신청했던 강의.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며 (특히 이과생 기준) 토론수업은 쉽게 마주치기 힘든 경험이다. 머릿 속으로 생각하는 것, 글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걸 말로 표현하고 다..

탄자니아에서 보낸 짧은 여름 방학.

기말고사 준비로 정신 없던 지난 학기 말, 대학원에서 이명근교수님이 운영하시는 NGO인 글로벌투게더와 함께 탄자니아 필드트립을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현지 병원, 보건소 방문에 컨퍼런스일정, 사파리투어... 너무도 가고 싶었지만 육아문제에 이미 연차를 다 소진한 상황이라 마음 속 위시리스트에만 넣어두고 잊고 살고 있었다. 우리 동기들은 인원 수가 적기도 하고, 듣는 수업이 겹쳐서 늘 하교를 함께한다. 그날 들었던 수업 내용에 대한 토론, 요즘의 일 이야기, 앞으로의 미래 이야기를 하는 그 시간이 참 소중하다. 그 날의 주제는 탄자니아였다. 아프리카에서 수년간 의료활동을 한 경력이 있던 언니가 탄자니아 필드트립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집에 오는 내내 그 생각을 했다. 깜깜한 소파에서 늘 고마운 남편에..

2023년 5월 DELF A2 독학준비/교재/강의/시험 후기

지난 주말, 드디어 델프 시험이 끝났다!!! 올해 1월의 어느날, 갑자기 책장 한구석에 내팽겨쳐져 있던 프랑스어 공부노트를 발견하고, 새해 작심삼일 버프를 받아서 델프를 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첫 두어달은 사실 잘 속도가 나지 않았다. 아래 책(grammaire progressiv du francais 4 판)으로 모르는 단어를 체크하고, 문법을 공부했다. 문법 내용이 모두 프랑스어로 설명되어 있어서 파파고 카메라 번역기를 열심히 돌려가며 공부했던 기억이 ㅎㅎㅎ 결국 반도 넘어가지 못하고 3월이 되어 일단 실전 공부에 돌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조금의 도움 + 시간을 갖고 공부한다면 분명 좋은 교재라고 생각한다. 시험 준비는 시원스쿨 한권으로 끝내는 델프 책으로 했다. 시험장에 가니 이 책을 들고 ..

국제보건대학원에서 배우는 것들.

2학기가 시작된 지도 보름. 입학을 고민하던 때의 고민이 무색하게 매일매일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만나는 뜻이 맞는 사람들, 개도국 공무원-의료인과의 소통, 여러 컨퍼런스 기회도 너무너무 좋지만 가장 행복한 것은 이런 공부를 하고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 삶의 방향을 그저 흘러가게 두지 않는다는 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는 점이다. 국제기구출신 관계자를 모셔 이야기를 듣고, NGO직원, 재난대응센터 선생님과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일. 통증 병원에서 죽어라 블럭하고 지낼때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나의 일상이다. 그때도 나름의 보람과 행복은 있었지만, 삶 전체로 볼때 내 행복에 더 가까이 닿아 있는 것은 지금이다. 도전을 결심한 작년의 나에게, 그리고 지지해준 가족..

2022 보건대학원 1학기를 앞두고.

첫 수업이 보름쯤 남았다. 보건대학원에 지원하고, 면접을 준비하면서 왜 난 이 꿈만 생각하면 이토록 가슴이 뛰는지 찬찬히 떠올려 봤다. 나는 아주 인정이 많은 사람도, 공감능력이 넘치는 사람도 아닌데. 멀리 돌아갔다가도 나의 경로는 결국 이 곳으로 향하고 있다. - 매 수업이 기다려지던 예방의학 시간. WHO, 국경없는 의사회 등 국제기구에서 활동하시는 여러 선배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곱씹으며 해가 뜨는 열람실을 지키곤 했다. 자꾸 궁금하고, 꿈꾸고 싶어졌다. 나는 이런 일에 끌리는 사람이구나 알게되었다. - 돈, 명예 같은 세상의 즐거움 다 좋지만. 나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 보았을 때, 그것들은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줄 수 없었다. 죽기전에 후회없이 내 마음을 꽉 채우는 걸 찾겠다고 다짐했던 20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