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OG/Intern Chart 13

국립현대미술관 산책.

국립현대미술관 (MMCA) 2015. 2. 15 잠시 봄이라고 착각할만큼 포근했던 날씨. 완벽한 공기. 행복했던 감상 ❤️ 젊은 작가들의 전시회가 특히 눈부셨던 시간이었다. 대단하다 다들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가 퐁퐁 샘솟는걸까 이런 깔끔한 구성의 직선건물을 좋아한다 이젠 나오지 않는 브라운관 티비도 많이 보인다. 故백남준작가의 작품. 유럽여행때 어느 미술관에선가 이런 풍경을 열심히 찍은 적이 있었는데. 물론 그사진은 지금 어디있는지 알길이 없다. '젊음'이 느껴지는 색감과 구성*_*나는 아직 나이들기도 전인데 왜이렇게 젊음에 집착하는가 무언가 주제가 있었는데. 꽤 풍자적이고 인상적이었는데시간이 지나니 날아가버렸다.. 왠지 오랫동안 가만히, 바라보고 싶던 작품.

어느 겨울밤의 단상

간만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외과 마지막 오프가 아쉬워 야간개장중인 덕수궁으로. 추운날씨에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겨 조용한 궁궐을 가만히 걷고있으니까 기분이 묘했다.발목을 살짝 접질러 어제까지 깁스를 하다가 벗었더니 조금 욱신거리긴해도 걸음은 더 가벼웠다. 저녁식사대신 시립미술관 골목에 있는 가게에서 바삭한 메이플와플 하나를 샀다. 코는 빨개지고 손은 얼어가고 입김은 나오는데 와플하나 손에들고 걷던 그순간이 왜그리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미술관에 많이다녀야지 생각해봤다. 올해 계획 세우는일이 설레는일에서 귀찮은일로 변해가던 요즘, 오늘밤이 다시 의욕을 불어넣어줬다 남은 인턴생활도 한달뿐이라 생각하니 새삼 기숙사에서 보낼 시간이 애틋해진다. 쉽게 잠들기 아쉬운 새벽이다

어떤 기분이어야 하는걸까.

2014년, 의사로서의 첫번째 해는 인턴으로 꽤 열심히 살았다.살면서 나의 시간, 잠, 노력, 체력을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쏟아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올해도 어느새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고, 불확실했던 많은 것들은 대부분 결정되었다. 페이스북엔 친구들의 합격고백(?) 소식이 가득인데 나는 말이 없다. 수술방에서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도 나에게 갑자기 (필요이상으로) 친절해지셨다. 그래, 나는 떨턴이 되었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가득하던 과 지원을 결심하면서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지 않은건 아니었지만, 시험준비를 하면서는 늘 긍정적인 결과만 생각하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최선을 다한다'는 스스로의 기준이 조금 모호했던 느낌이라 무의식적으로는 내가 합격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

경험예찬론

2014. 7. 20 경험을 찬양했던 시절이 있었다 후배들에게 삶의 역동성이란 살면서 마주치는 순간들의 총화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길 목에 핏대세워가며 이야기하곤 했던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젠 그렇게 피상적이고 순간적일수 없는게 또 경험이구나 싶어 회의가든다. 나의 그시절이 조금은 민망하기도 하고.. 조금더 내려놓고 겸손해져야겠다

7월, 강릉 응급실에서

얼마간의 서울 근무 후에 다시 강릉파견을 오게 됐다.3개월, 만이다. 조금 더워진 날씨를 제외한다면 모든게 그대로있었다. 정겨운 강원도 사투리, 기숙사 특유의 냄새, 아담하지만 있을것 다있는 병원.누가 해도 지장없는 잡무만을 맡아오던 지난 몇개월을 생각해볼때, 요즈음은 그래도 나름의 역할을 하고있다는 기분에 맘이 뿌듯하다. 곧 성수기가 시작되면 로딩이 무섭게 늘겠지만, 그동안 내공을 키워놓으면 할만은 할 것 같다.나름의 재미를 찾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 오프가 확실한 것, 의국분위기가 좋은것,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치료하면서도 급성기를 넘기면 내손을 떠난다는것외에도 응급의학과의 좋은점을 하나더 발견했다. 사람들의 건강과 안녕을 24시간 바라게 된다는 점 ㅎㅎ 부디 평안하길!

세월호.

외래 예진을 보러 1층으로 내려왔다. 걸어가는길에 뉴스 속보가 나온다. 남해에서 배 한척이 가라앉았단다. 다행히 대부분 구조가 완료되었다고. 그래도 다행이다. 얼른 다 빠져나와얄텐데. 무심히 생각하며 다시 갈 길을 갔다 일과가 끝나고 다시 뉴스를 읽는다. 아까와는 너무 다른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배 속에 갇힌 아이들이 아직 너무 많다고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났다. 사람들의 말만 많았고 달라진것은 별로 없었다. 서서히 구조에 대한 희망은 사그러들고 언론은 책임소재 파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보도를 위한 보도라는 기분을 지울수는 없다. 산 사람은 살아남았음을 온전히 기뻐할 수 없고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오늘은 날씨도 참 쌀쌀하고, 흐리다. 대한민국이 참 슬픈 날이다.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