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OG/Intern Chart

인턴을 앞두고..

photoholicat♪ 2014. 2. 3. 01:36





국가고시가 끝난지도 한달이 지나간다. 


몇번의 여행, CMF 수련회, 설, 친구들. 정신없이 흘러갔던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고나. 

지난주엔 면접을 봤고, 다음날 갑작스럽게 합격소식을 접했다. 

누군가는 기쁜 목소리로, 혹은 힘없는 목소리로 주위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렸겠지.



다섯살.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기억이 시작되는 나이다. 

21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분명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돌아보니 선뜻 내세울만한 무엇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어쨌건 이제는 출발선 위에 서있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2주 전 일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버스를 타고가다 이름 모를 강이 흐르는 걸 본적이 있다. 꽤 세차게. 

사람의 일은 강물 같아서 어느 지점을 벗어나면 개인의 의지, 행동같은 것과 무관하게

무심하게 흐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물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하는 것이 

방향을 바꾸려 애쓰는 것보다 현명한 일일수 있다는 안전한(?) 결론을 얻게 되었고. 



앞에선 출발선이라고 표현했지만 어쩌면 나는 튜브나 구명조끼도 없이 

강물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물도 많이 먹고 몇번이고 육지로 올라가고 싶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헤엄치는 법을 알게 되고 뗏목을 붙잡고 쉬어가는 법도 배울 수 있겠지. 더 여유가 생기면 조금씩 주위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들풀이나 하늘이라던가..



3월 3일 파업과 극한상황에서 드러날 내 인격의 바닥에 대한 걱정, 여러관계 속에서 필요할 배려심... 다가올 1년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강물은 누구에게도 예외없이 밀려들어오는 것이라 생각하면 잠시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의과대학 6년간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는 사람을 그리워하지만 사람을 익숙해하진 못하는 사람임을 알게되었다. 

좋은의사, 인간적인 의사이고 싶은 마음은 정말로 큰데 실전으로 들어가면 왜이리 어색하고 힘들었는지. 

따뜻한 바램은 그저 보상심리이자 가식인가 싶은 자괴감에 힘든 적도 많았다. 

그렇지만, 내가 그리 나쁜사람은 못된다고 생각했기에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부딪혀보고 생각하자'였다.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음좋은 환자분도 많지만) 오랜 투병으로 여유가 사라져 원만히 지내기 힘든 환자를 심심치않게 만나게 된다고 한다. 앞으로 특히 고민해야할 관계가 바로 이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수없이 데이고 깨지는 걸 두려워하지않고 배우고 자라서, 언젠가 이 글을 봤을때 민망하게 씩 웃을 수 있다면 많이 기분좋을텐데..! 


무섭고 걱정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와 설렘이 훨씬 더 크게 느껴져 다행이다.

살아있는 글을 많이 쓰고 싶다, 책을 많이 읽고싶다. 사람에게 힘을 주는 한마디를 할줄아는 사람이 되고싶다.

많이 힘들더라도 학생의사때 품었던 꿈은 놓아버리지 않는 의사가 되고 싶다.


바램은 많지만 다시한번 마음에 새기는 한마디.


좋은 인턴이 되겠습니다.




  





'TIMELOG > Intern Ch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험예찬론  (0) 2014.07.20
7월, 강릉 응급실에서  (0) 2014.07.01
세월호.  (0) 2014.04.19
인턴 시작 :)  (0) 2014.02.25
2014년 2월 열두번째 날에.  (0) 201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