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강의 오리엔테이션, 이틀간의 연수, 그리고 시뮬레이션+전산교육까지. 장장 7일간의 준비가 오늘로 끝이 났다. 일수를 다 채우는 것과 완전한 준비가 되는 것은 분명 별개의 문제겠지만 어쨌거나 후련하다. 오늘 아침 출근하며 다리를 건너는데 스산하고 무채색으로 칠해진 서울 특유의 풍경이 눈에 들어와 기분이 묘했다. 앞으로 펼쳐질 날들이 아직은 꿈같다고 나도 몰래 믿고 있었나보다. 그 마음을 들켜서 내가 나에게 놀라고 만게다.
지난 신체검사결과 A형간염 항체가 없다기에 왼쪽 델토이드에 주사를 맞아야 했다. 어릴 땐 엉엉 울면서 겨우 주사하나를 맞고서 어른들이 되면 하나도 안 아프게 되는 걸까, 그렇담 어른이 되는건 좋은일이구나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든 안먹든 아픈건 아픈 거였다. 뻐근한 근육을 겸연쩍게 문지르며 강남역으로 갔다. 이곳에 1분만 가만히 서있어 보면 인간 폭포가 콸콸 흐르는 광경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 다들 무엇 때문에 여길왔을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걸까 같은. 실속 없이 철학적이기만 한 질문이 머리를 맴돌았다. 간만에 주문한 치맥 한세트에 질문은 순식간에 증발해버렸지만.
열정을 바치는 삶과 여유를 갖는 삶. 오늘이었기에 더욱 고민하게 되던 주제였다. 양쪽 다 끌리지 않는 것 보다야 '둘다 할래'하는 놀부심보가 더 나은건가 싶기도 하지만, 언젠간 선택을 해야 할 날이 올거라는걸 안다. 다행인 건 아직은 생각이 많이 필요한 때이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점. 다음주면 본격적인 시작. 치열하게 고민하고, 배우고, 깨지는걸 덜 두려워하고 도와달라는 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법을 배우겠다고. 참 많은걸 다짐하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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