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소중한 순간을 글로 남겨두어야지 몇번이나 다짐했지만, 여러 이유로 결국 쓰지 못했다.
한국으로 돌아온지도 3주가 되어가고, 바쁜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기억은 꽤 빠른 속도로 희미해진다.
몸은 나름대로 열심히 일상을 살아내고 있지만, 마음은 반쯤 붕 떠있다. 내 전임자로 일하던 MSF taiwan의 마취과 친구가 고맙게도 귀국환영 선물을 소포로 보내주었다. 소포 속엔 대만 과자와 편지가 들어있었다. 그 마음이 어찌나 고맙던지.. 편지엔 귀국후 재적응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있었다. 보통 3주 정도가 걸린다고. 편지를 읽을땐 재적응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보니 알겠다. 나도 나름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다음 주엔 좀더 또렷하게 내 페이스로 지낼 수 있으려나..
가끔 케네마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의 메세지를 받으면, 꿈을 꾸는 기분이다. 분명 가족처럼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던 사이인데 마치 꿈속에서 알게 된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 이상하다. 조금 미안하기도, 슬프기도 하다.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다녀와보니 어떠냐고 묻는다. 그럼 나는, 할 말들을 고르다가 어쩐지 할 말을 잃는다. 마음속이 너무 복잡할 때에는 반대로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이번 봄엔 일을 잠시 쉬고 있다.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면 더없이 행복하다. 하지만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없는 시간,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내지 않으면 불안하다. 릴스로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자책감이 하루를 뒤덮는다. 쉬어도 괜찮아. 그냥 나로 괜찮아. 증명하려는 불안을 이겨내려면 내 안의 무엇을 다독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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