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니카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내분비내과 교수님의 사무실. 10시 정각에 도착했는데도 사무실이 아직 잠겨 있어 조금 기다리니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막 출근한 비서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 교수님께선 오늘 출장을 가셨다고 한다. 아아.. 산넘어 산이구나 싶어 조금 힘이 빠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옆방에 다른 교수님이 계시기에 그분께 부탁(승인이 나오기전에 병동 참관을 해도 될지)을 드렸더니 기분좋은 미소와 함께 흔쾌히 승낙하셨다. 심지어 수석 레지던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내 이야기를 미리 해주시기까지! 참 쿨하신 분이었다
모니카와 환호성을 지르며 다음 목적지인 registar office에 들렀다. 내일 승인에 관한 사항을 확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행히도 외교부까지 직접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모니카와 나는 가벼운 맘으로 내분비내과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AB6 병동으로 향했다. 병동 출입문으로 들어서니 마침 오전 회진시간이었다. 나는 배낭을 매고, 옷도 갈아입지 못한 상태로 급 회진에 참가하게 되었다. 교수님께 간단한 인사를 드리고 이곳에 오게된 계기, 경험하고 싶은것(한국과 인도의 당뇨환자가 발생하는 원인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고 여쭤보았더니 결국 etiology는 근본적으로 같다고 말씀하셨다) 등을 간단히 이야기하고나서, 정신이 혼미해질만큼 빠르고 많은 질문이 10-15분가량 이어졌다. 회진 중간중간 교수님에게서 몇몇 환자들의 모습을 관찰한 후 진단명을 맞추라는 '스피드퀴즈'가 날아오기도 했다. 말단비대증과 쿠싱환자였는데 다행히 잘 맞추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크크
교수님의 말씀을 모두 다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의학용어가 괜시리 반가웠다. 5분이상 3.5배속의 영어대화가 이어지자, 이를 듣고 있는 것 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간신히 회진시간을 잘 버텨낸 뒤, 여자 레지던트 선생님께 이곳의 컨퍼런스, 세미나 일정 등을 전달받았다. 내가 이곳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고 있구나 새삼 실감이 나던 순간이었다. 처음 위키피디아에서 인도 의과대학 랭킹을 보고, 1위였던 이곳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서투른 영어로 메일을 보내고... 처음부터 끝까지 반신반의하며 준비했던 인도 선택실습이 이루어지다니! 그래서인지 이 낯선 공간에 괜시리 애착이 갔다. 대부분 힌디어로 이루어진 그들의 대화속에서 나는 이전처럼 소외감을 느끼기보다는 분위기를 읽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이곳 레지던트들은 점심을 나가서 사먹기보다는 주로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죄송하게도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그분들의 식사를 함께해야만 했다. 먹고 스테이션에서 멍하니 앉아있는데 졸음이 쏟아졌다. 큰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왔다갔다 하는데 온지 하루밖에 안된 뜨내기가 한가운데서 조는게 왠말! *_* 허벅지를 찌르고 입술을 깨물며 버텨도 멈출 수 없던 헤드뱅잉... 그러나 다행히 병동으로 배달된 커피 한잔이 나를 구원해주었다. 조금은 달큰하고 느끼한 산양밀크 커피였지만 졸음을 몰아내기엔 제격이었다. (신기하게도 커피를 마시기가 무섭게 졸음이 사라졌다.!)
다시 닐람선생님이 퇴원노트를 작성하는 것을 구경하다가(너무 빠른 날림체라 뭐라고 쓰인것인지 알아보는 것은 어려웠지만..) 서양인처럼 생긴 아툴선생님이 주사기를 들고 무언가를 부탁하고 있는것을 발견했다. 선생님의 눈은 참 선해보인다. 가만히 있어도 끝이 내려가 있어서 웃는 것 같아보여서일까. 닐람선생님께 혈액채취를 위한 주사기냐고 질문했더니 환자를 돌보다가 결핵이 전염되어 스트렙토마이신 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환자를 열심히 돌본 사람이 받는 선물이 이거야' , 웃으면서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미소가 참 멋져 보였다.
오늘 오후, 쿠싱증후군으로 의심되는 소년이 입원했다. 주소는 3년간의 급격한 체중증가와 성장부진. 소년의 얼굴은 누가봐도 보름달 같은 모습. 전형적인 쿠싱증후군의 특징이었다.
닐람선생님은 간단한 병력청취부터 세세한 신체검진 까지... 거의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소년에게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진료를 하셨다. 우리와 트레이닝 시스템이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full-care가 가능한 이곳의 의료 환경이 (솔직히 말하면. 의외였다.) 참 부럽더라.
1. Question
- General DM medication regimen
- Side effect of TZD
2. Case
- Sheehan SD
3. Endo radio conference
- MTC (metz to sacrum)
- Hashimoto thyroid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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