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India 2013

[clerkship in India]7. 반가운 주말 :)

photoholicat♪ 2015. 6. 8. 20:13

 
 인도에선 특히나, 시간이 빠르게 간다. 오늘이 벌써 토요일. 

 인도는 주 6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어 토요일에도 출근을 한다.(대신 근무시간이 1-2시 까지로 짧다) 10시에 출근해 곧바로 회진에 참가했는데 오늘 회진담당 교수님은 무척 열정적인 분이셔서 한 환자당 기본 15분은 걸렸다. 결국, (중간의 티타임까지 합해) 3시간 내내 회진을 도는 기록을 세웠다. 으허 교수님의 열정은 존경스럽지만 회진돌다 신콥할뻔...

 그래도 금방 퇴근시간이 다가와서 기분이 좋았다!
레지던트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사리타의 랩으로 가니 연구실 사람들도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 마침 연구실의 친구가 자기 남자친구가 데리러 오기로 했으니 가는길에 태워다 주겠다고 해서 집으로 편히 갈 수 있었다. 맛을 잊어버릴 뻔했던 아이스크림도 오랜만에 맛볼 수 있었다. (왠지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에서까지 인도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나는듯 했다!) 

 원래 오늘 오후엔 야도브 형의 집으로 가서 하루 자고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얼마전 골절됐던 사리타의 발이 덧나 갈 수 없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한편으론 내 시간도 생기고 내일 교회도 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다. (스네하, 아디 미안~^^;)

 집에 도착한 시간은 2시반 쯤. 나는 오늘의 목적지를 델리 현대미술관으로 정했다. 그전에 사리타가 점심을 같이 먹고 가자고 제안해 집 근처의 로컬식당을 찾았다. 오늘의 메뉴는 쫄깃쫄깃한 느낌의 난?튀김?짜파티?같은 음식이었는데 솔레~ 어쩌구 하는 이름의 빵이었다. 여느 인도음식이 그렇듯 기름 듬뿍 천연탄수화물 가득인 음식이었지만 찹쌀같은 식감이 맘에 들었다. 식당주인이 나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는 탓에 실제보다 조금더 과도한 리액션을 선보였다

 지도를 찾아보니 미술관은 인디아 게이트 뒷편에 위치한 건물이었다. 전시시간은 오후 5시까지인데 출발시간은 세시쯤이어서 맘이 급했다. 뭐든 빨리 오는 버스를 잡아타고, 지하철로 하우즈카즈 역에서부터 한참을 달려 central secretary역에 내렸다. 역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릭샤아저씨를 만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친절하지만 길을 잘 모르는 분이어서 한마음이 되어 길을 찾아갔다 허허

 늦은 시간에 도착한 탓에 내게 허락된 시간은 딱 1시간뿐이었다. 별관 2개에 지상 4층 규모의 엄청난 미술관을 눈앞에 두고 있던 나는 속이 무척 쓰렸다. 한시간만 늦게 닫으면 훨씬 더 잘 감상해줄수있는데 ㅜㅜ  별관 전시는 일단 마음을 접기로 하고 본관이라도 잘 감상하고 가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1층에는 인도의 전통적인 세밀화나 꽤 이전에 그려진 (작가를 알 수 없는)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그림을 꼽으라면 3층인가에 있었던 바다와 그곳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푸른 그림. 고아 같은 남부 인도 해변같았는데, 그리 부유하진 않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이 바다에서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던 작품이었다. 나는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찬찬히 보고있을 때면 그 어느때보다도 평화롭고 안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미술관 특유의 잔잔한 기류가 나에게 위안을 주는걸까. 

아쉬운 발걸음을 내딛어 미술관 옆에 있는 인디아게이트를 찾았다. 아직 바깥은 밝았다. 주말답게 많은 인도인들이 이곳을 찾은 것 같았다. 쓰레기더미속 공원 잔디밭에는 행복한 피크닉을 즐기는 인도인 가족과 연인들이 많이 보이더라. 조금씩 해가 지는 것 같아 지하철을 타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자취방에선 저녁 간식으로 달달한 깨전병?같은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Kabok(까복!)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Makarskranti라는 축제에서 유명한 음식이라고. 늘 그렇듯 설탕가득~ 기름가득~ 그래도 쫀득쫀득 달콤하니 맛은 있었다! 나도 서서히 이곳 음식스타일에 적응해가는듯 하다 허허...

이렇게 돌아다니고, 놀았는데서도 내일이 일요일이라 참 좋다. 
왠지 오늘은 푹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