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건이야기/대학원 이야기

국제보건대학원에서 배우는 것들.

photoholicat♪ 2023. 3. 17. 14:14

 

지난 겨울, 송년회에서. 오랜만에 아카라카 응원하면서 신나게 놀았더니 오는길에 무릎이 아프더라..

  2학기가 시작된 지도 보름.
입학을 고민하던 때의 고민이 무색하게 매일매일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만나는 뜻이 맞는 사람들, 개도국 공무원-의료인과의 소통, 여러 컨퍼런스 기회도 너무너무 좋지만 가장 행복한 것은 이런 공부를 하고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 삶의 방향을 그저 흘러가게 두지 않는다는 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는 점이다.
 국제기구출신 관계자를 모셔 이야기를 듣고, NGO직원, 재난대응센터 선생님과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일. 통증 병원에서 죽어라 블럭하고 지낼때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나의 일상이다. 그때도 나름의 보람과 행복은 있었지만, 삶 전체로 볼때 내 행복에 더 가까이 닿아 있는 것은 지금이다. 도전을 결심한 작년의 나에게, 그리고 지지해준 가족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국제보건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정리해보고 싶은 기분이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아이패드 스마트 키보드를 어제 사서 글쓰기가 아주 용이해진 탓도 있다. 버튼이 생각보다 부드럽고 가볍게 눌려 편안하다.)
+ 작년의 나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1학기
지난 1학기는 공통 필수 과목을 채우는데 집중해 전공과목을 많이 수강하지는 못했고
예상치 않게 월요일 강의가 있어 일주일에 세번 수업이 있었다.(원래는 화수목) 왕복 2시간의 만원 지하철 등하교길이 고되긴 했지만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공통필수 :
보건학개론, 역학
- 학생때 배운 내용+ 보건학의 여러분야 훑어보기 + 코로나 등 최신동향 업데이트 느낌이라 옛 생각도 나고 즐거웠다. 예방의학을 사랑하던 아이는 이렇게 또 예방의학과 비슷한 수업을 듣게 되는데… 역시 사람의 취향은 잘 변하지 않나보다

전공 :
난민과 재난대응
 난민문제와 재해, 재난 구호사업에 대해 심도있게 알아보는 강의. 현장감 있는 이야기들과 난민 테스티모니를 통해 국내외 난민정책과 문제점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 이 수업을 들으며 여러번 전율을 느꼈다. ‘나 역시 여기로 오는게 맞았구나.’ 하면서. 네팔에서의 2015년, 이길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떠올리게 되던 수업이었다.  특히 나는 그리스 레스보스섬 난민을 주제로(중동에서 온..) 레포트를 작성했는데 그들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는 보고서들을 너무 많이 읽다보니 나답지않게(?) 감정적이 되어서 그당시 한참을 허우적거렸다.

국제보건과 사회문화 1 
우리과 주임교수님께서 보건대학원이 아닌 일반대학원 소속으로 강의를 열어놓으셔서 예정에 없던 월요일에 수업을 듣게 되었다. 각 대륙별/국가별 파트를 나눠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보건문제를 연관지어 발표하고, 토론해 보는 시간. 아프간, 바레인, 중국, 영국 등등 연대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전세계 학생들이 모여있었고, 발표시간을 제외하면 100% 토론식 강의여서 너무너무 흥미로웠다. 덕분에 영어회화 실력도 많이 늘었다 후후
 나는 스페인에 대해 발표했는데 그들의 피카레스크 소설(악인소설), 시에스타, 집시들의 사회적 계층화문제에 대해 다루어 보았다. 발표날 하필이면 난생 처음 겪는 몸살에 식은 땀을 흘리며 서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이번 학기는 교수님의 안식학기라 다음학기에 사회문화2가 열릴 예정! 이 강의는 문화인류학적 관점으로 국제보건을 바라보는 수업이라고. 동기들이랑 같이 꼭 들어야지!!

2학기
이번 학기는 국제보건 주제의 밀도가 아주아주 높은 컴비네이션. 아마 5학기중 가장 촘촘한 한학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공과 관련없는 수업은 단 하나, 보건 경제학. 뼛속부터 이과생인 나는 가끔 경제나 행정, 세금 관련 문제를 마주치면 엄청난 무력감을 느끼곤 했는데, 그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신청하게 된 강의. 그런 의미에서 병원회계 과목도 무척 궁금했는데 전필과 수업 시간이 겹쳐 아쉽게 포기..
요즘은 기본적인 경제학적 개념을 배우느라고  ~~체감의 법칙, ~~곡선 같은 것들을 왕창 배우고 있는데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자세한 건 시험기간의 나야… 부탁해..^^….

국제보건총론
: 1학기때 들었어도 참 좋았겠다 싶은 강의! 국제보건의 개괄적인 배경과 내용, 역사, 구성, 국제기구 이야기 등등
교수님의 청산유수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두어 시간이 훅 지나간다. 유익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다.. 역사 수업 같기도 하고 ?! 

국제보건과 국제개발협력
: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기획과 실행에 대한 이론과 개념, 실제를 배워보는 강의. 이번학기는 교수님께서 매 수업 주제에 맞는 아티클을 정해주시고 발표하며 배워가는 방식이라 읽어가야 하는 텍스트의 양은 많지만, 그만큼 많이 배울수 있을것 같다는 느낌!


국제보건리뷰
: 전 WHO 남태평양 사무소 대표를 맡으셨던 안동일 교수님께서 진행하는 강의. 코로나와 같은 판데믹이 지나간 자리를 살펴보고, 분석하고, 얼마든지 우리 앞에 다시 닥칠수 있는 다음 판데믹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에 대한 수업이다. 이 수업도 매번 란셋, 네이쳐, 강의자료, 책자 등 읽어와야 할 자료가 있고 이 내용을 정리하는 의미로 퀴즈를 본다. 
 조금 버거울수도 있는 로딩이지만, 열정적으로 준비해오신 자료와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애쓰시는 교수님을 보며 감동하다 보면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원래는 비교보건제도론을 들을까 하다가 선배들의 엄청난 추천에 수강신청 정정기간에 이 수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선배들의 말이 어떤 뜻이었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고있다. 교수님 존경합니다. 내 안에도 뜨거움이 많이 남아있을까? 그렇다면 나도 이렇게 열정을 소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전공의때 석사과정을 마무리하며 이제 다시는 논문따위 볼 일 없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좋아했었는데 일주일에 논문을 5개씩은 읽고 있다… 별 도움 안될거라 생각했던 옛 석사학위가(정확히는 논문쓰려고 고군분투했던 경험들이) 최근들어 조금씩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역시 한국말과 사람 일은 길게봐야...

1학기 수업을 들으며 써놓고 올리지 못한 이야기들이 몇가지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정리해서 포스팅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