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India 2013

[clerkship in INDIA]1. 본격적인 시작 전의 숨고르기. 홍콩 스탑오버

photoholicat♪ 2013. 11. 5. 21:35
  • - 본격적인 글에 앞서. -


     

    앞으로 연재(?)할 제 글은 여느 블로그의 여행기처럼 사진이 많거나 자세하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을 예정입니다. 거의 1년이 지난 일이기에 당시에 써두었던 일기와 희미한 기억을 바탕으로 기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혹시 인도선택실습에 관심이 있는 의대생들이 있다면 한국에서 이를 결정하고 준비하기 전에 인도병원에서 경험했던 케이스, 상황이나 인도 의료를 겪으며 받은 인상 등을 공유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블로그 포스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선택실습을 준비할 때만 해도 관련 자료가 전무하고 현지와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꽤 오랜기간 고생을 했었지요. 그래서 더욱 가치있었던 경험이라고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당시엔 날짜는 다가오는데 서류진행은 진척될 생각을 않고... 하루하루 입이 바짝타들어가는 스트레스를 꾹꾹 견뎌냈던 기억이 나네요.

     

    제 여행기의 배경은 인도 델리의 AIIMS(All India institue of medical science) 공립병원 내분비내과 병동입니다. 약 2주 동안 실습을 진행했으며 외래보다는 주로 병동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원래는 외과계도 참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에이즈나 매독, 기타 혈액매개 전염병 환자가 많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소심하게도 지원하질 못했고, 기존에 함께 신청했던 소아과는 인도 외무부허가 문제로 실습일정이 지연되어 무산되었습니다. 처음엔 조금 아쉬웠지만, 저에겐 내분비내과에서의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었고 즐거웠으며 평생 잊지 못할만한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어느 수준을 넘어갈 때 드러나는 언어의 벽은 어쩔수없이 후회되는 부분이었지만요. 인도인의 독특한 영어발음만을 탓하기보단 제 실력의 부족을 인정해야할 것 같았습니다ㅜㅜ)


     

    여기까지, 본 포스팅시리즈의 취지를 밝히는 글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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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1. 26


     

    #1. 홍콩에서의 아침을 맞으며


     

    여기는 홍콩 침사추이. 숙소에서 일찍 잠이 깨었는데 아직 해가 뜨질 않아 했던 짐정리 다시하고, 일기쓰고. 드디어 오늘, 나는 인도로 떠난다. 언제나 그랬듯, 인도는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한 상황을 끝없이 펼쳐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인도의 모습 중 하나가 바로 그런 것들이니. 두렵지않다.


     

    혼자만의 여행은 이번이 처음. 하나와 둘은 정말 말로다 할수없는, 큰 차이가 있구나 싶다. 어제 한국을 떠나면서, 나는 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었단걸 느끼곤 맘이 짠했었다. 그런 감사한 맘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조심히, 즐거운맘으로 한달. 보내고와야지.


     

    내일 자정, 모두가 잠든 델리에 서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앞으로의 한달이 나의 삶에 큰 원동력이 되어줄 것을 기대하면서. 잘 다녀오겠습니다!♥


     

    #2. 출국직전. 홍콩국제공항에서


     

    24시간 그리고 얼마 더, 짧지만 알찼던 여행을 뒤로한 채 이제는 인도를 만나야 할 시간.


     

    출국할 땐 인도에서 처리할 일들에 골치가 아파 스탑오버를 괜히 신청했나 후회도 했었다. 그러나 공항으로 돌아가는 지금은 알고 있다.


     

    볼수록 무지막지하게 큰 배낭을 매고 숙소를 찾아 가던 길.

    한국시간으로 시간을 착각해 (찬 바람속에서) 한시간 반 전부터 심포니오브 라이트를 기다렸던 일.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한다며 한국말을 하던 홍콩 남자와의 대화. (그 자체는 나쁘지않았지만 혹시나 꿍꿍이가 있을까봐 무서웠던. 그사람은 한국어를 쓰고 나는 영어를 쓰고. 지나서생각해보니 웃기구만ㅎㅎㅎ)

    내가 좋아하는 기린맥주와 함께한 뭉클한 한때.

    최근에 마셨던 어떤 맥주보다 시원하고 달콤했던 이름모를 거리와 아무도 가지않는 조용한 길을 따라 걷던 시간, 타이청 베이커리의 에그타르트와 '피자리아'의 밀크티가 극적으로 함께했던 오후 2시

    나지막히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던 고양이와의 만남.

    정말 많은 사람들로 꽉찬 도로를 걷고 있어도 짜증보다는 신이 나는 이유.


     

    하루동안의 짧은 여행이 내게 많은 에너지를 불어넣어주었기에. 낯선 곳에서의 하루가 자신감에 미치는 영향이 이 정도일줄은 몰랐는데. 간이 콩알만해졌던, 나답지 않았던 맘은 이제 다 날아갔다. 이제 정말로 홀가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