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India 2013

[clerkship in INDIA] 2. 인도에는 향기가 있다

photoholicat♪ 2013. 11. 11. 18:23

day1

2013. 1. 27 일요일 
내 평생 잊지 못할 하루.



드디어 야도브 형의 집 찾아가기 미션에 도전!

드와르카 지역은 전혀 알지못하는 곳이라 처음엔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살짝 불안했지만, 약간의 대화 후에 나를 더이상 관광객으로 보지 않던 택시기사 아저씨의 눈빛을 읽을 수 있어 이내 안심이 되었다.

야도브의 형과 몇분간의 대화를 마치고(언성이 높아져 싸우는 걸로 착각했던...ㅋㅋㅋ) 유능한 택시기사아저씨는 851빌딩이 어디인지 바로 찾아내셨다. 


*dwarka는 인도 중산층 이상이 사는 동네 같았다. 빠하르간지와 같은 지극히 인도스러운 거리와는 무척 달랐다. 그곳을 걷다보면 문득 우리나라에 있는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집앞에는 야도브씨의 아내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영어는 하시지 못하지만 수줍게 웃으며 나를 반기는 모습에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3층 아파트는 작은 주방과 거실, 방 2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바닥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는데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것과 벗고 들어가는 것은 특별한 제한이 없는 듯 했다.

 그곳엔 아이들 둘이 놀고 있었다. 아디와 스네하 남매였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에너자이져 아디. 항상 내 곁을 지키며 수줍은 목소리로 뭔가를 묻던 스네하. 처음엔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어색했지만 우리는 곧,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한껏 소리를 지르며 크로켓놀이를 하던 귀여운 아디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나는 부인께서 준비해주신 스위트와 짭짤한 간식(술안주에 적합하다고 느꼈다.), 짜이를 맛있게 먹었다.

 낯선 한국인이 이곳을 찾았다는 소식에 이웃들이 모두 야도브의 집으로 집합했다. 나이를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나보다 어린 동생도 있었고, 언니들도 있었다. 대학에 다니고 있던 두 동생중 한명은 나를 만나서 너무나 기쁘다는 말을 몇번이나 해주었다. 내가 무엇이간데 이리도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가. 좀더 겸허해지고 지금의 상황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안겨있는 아디! 1월이라고 믿을수 없는 날씨의 옥상에서 :)


 몇몇은 주방에서 빠니르 커리를 준비하고, 몇몇은 나와 대화하거나 근처 거리를 소개시켜주었다. 


오후에는 일요일을 맞아 규모가 큰 힌두교 사원을 찾았는데, 신을 깨우는 의미로 큰 종을 서너번 울리고 사원 앞에서 미리 사온 붉은설탕 덩어리(호박만한 크기의 황토색 혹은 상아색 소보루빵같아 보였다.)나 스위트, 작은 설탕 사탕, 꽃을 신전앞에 놓고 기도하는 의식을 구경했다. 특이했던 것은, 신전 앞 계단을 오르거나 입구에 들어설 때, 그들은 바닥에 한번, 가슴과 머리에 한번 손을 대고 기도를 했다. 신전앞에서의 기도 후엔 동상 주위를 서너바퀴 빙글빙글돌며 다시 기도를 했다. 




한 부인이 내게 스위트하나와 red sugar를 건네기에 (약간 주저하다가) 받아서 한입 베어물었다. 스위트는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만 레드 슈가는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을것 같았다. 이름그대로 머리가 띵할정도로 단데다가 짠맛까지 더해져 내 미각세포들이 혹사당하는 느낌이었다.@_@ 다행히 사원 문 밖의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을 줄 수 있게 되어있었다. 끈적해진 손을 툭툭 털고 사원을 나오는 길에 힌두교에서 이렇게 단 음식을 신에게 바치게 된건 영양이 부족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적은 양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음식을 전해주려던 인도 사람들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사원으로 가던 길, 그리고 돌아 가던 길. 그곳엔 수많은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유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검은 소, 이를 기다려주는 사람들, 화려한 색깔과 무늬를 뽐내며 아름답게 휘날리던 어느 부인의 스카프, 길거리에서 크로켓시합을 하는 아이들, 빼꼼히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가난한 대가족의 일상. 아버지가 끄는 수레를 신나게 타고 가던 소년의 미소..



외국인이 잘 찾지 않는 동네기에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나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나의 웃음과 인사에 아이들은 무척 수줍어하며 멀리 도망을 가곤 했다. 스네하와 스네하의 친구는 내 손을 꼬옥 잡고 거리를 걸었는데, 그 아이들은 시선이 집중되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나 또한 꿈을 꾸는 것 같을 정도로 행복했다. 다음날부터는 선택실습에 관련된 복잡한 일을 해결해야해 걱정을 안고 입국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델리에서의 첫 하루에 걱정은 눈녹듯 사라지고 있었다. 그래, 인도는 'No problem!'의 나라였지 :) 허허..

 그동안 잔뜩 긴장했던 스스로의 모습을 생각하니 혼자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