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OG 26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마음먹고 떠난 몽셀미셸앞에서 폭우를 만나 제대로된 사진 한장 찍기도 쉽지 않았던 날. 그래도 추억.이날 밤11시엔가 파리에 도착했다지. 세븐시스터즈를 향해 걸어가는 길이었다. 바다와 육지가 모이는 곳에 알맞게 부서지는 햇빛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초록빛깔을 만들어주어서, 한껏 행복 할 수 있었던 순간. 정신없이 살다보니 2년차가 되었다.1년동안 많이 혼나고, 배우고,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힘든 순간은 아직도 많다. 가장 힘든 순간은, 더이상의 발전을 포기한 것 같은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했을때.. 일상의 반복뒤에 숨어 한없이 늘어지고싶은건 인간의 본능인걸까.. 2016년의 내모습에 비해 말수가 줄었고, 자신감 없이 위축되어있는 요즘. 이 여행이 자주 떠오른다. 그 순간들의 감상, 생각, 다짐 이런것들을 되짚어..

수액계산법 알아보기(fluid calculation; gtt, cc/hr)

mild edema가 있는 CHF환자가 3일동안 식사를 전혀 못하신다. 수액처방을 내리다가 갑자기 gtt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어서.. 심장이나 콩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은 수액을 너무 빠르게, 혹은 과다하게 투여할경우 폐나 전신에 부종이 생겨 호흡곤란, 심한경우 폐렴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처방 전에 수액 주입속도를 고려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통상 수액이 들어가는 속도를 이를때 5가트, 10가트 같은 표현을 많이 쓴다. 알고는 있지만 설명하라고 하면 무언가 가물가물한 주치의들이라면 한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가트(gutt)는 drop(방울, 물방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인터넷을 찾아보면 아래와 같은 공식을 종종 마주치게 될 것이다. 원하는 만큼의 수액을 단..

국립현대미술관 산책.

국립현대미술관 (MMCA) 2015. 2. 15 잠시 봄이라고 착각할만큼 포근했던 날씨. 완벽한 공기. 행복했던 감상 ❤️ 젊은 작가들의 전시회가 특히 눈부셨던 시간이었다. 대단하다 다들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가 퐁퐁 샘솟는걸까 이런 깔끔한 구성의 직선건물을 좋아한다 이젠 나오지 않는 브라운관 티비도 많이 보인다. 故백남준작가의 작품. 유럽여행때 어느 미술관에선가 이런 풍경을 열심히 찍은 적이 있었는데. 물론 그사진은 지금 어디있는지 알길이 없다. '젊음'이 느껴지는 색감과 구성*_*나는 아직 나이들기도 전인데 왜이렇게 젊음에 집착하는가 무언가 주제가 있었는데. 꽤 풍자적이고 인상적이었는데시간이 지나니 날아가버렸다.. 왠지 오랫동안 가만히, 바라보고 싶던 작품.

어느 겨울밤의 단상

간만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외과 마지막 오프가 아쉬워 야간개장중인 덕수궁으로. 추운날씨에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겨 조용한 궁궐을 가만히 걷고있으니까 기분이 묘했다.발목을 살짝 접질러 어제까지 깁스를 하다가 벗었더니 조금 욱신거리긴해도 걸음은 더 가벼웠다. 저녁식사대신 시립미술관 골목에 있는 가게에서 바삭한 메이플와플 하나를 샀다. 코는 빨개지고 손은 얼어가고 입김은 나오는데 와플하나 손에들고 걷던 그순간이 왜그리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미술관에 많이다녀야지 생각해봤다. 올해 계획 세우는일이 설레는일에서 귀찮은일로 변해가던 요즘, 오늘밤이 다시 의욕을 불어넣어줬다 남은 인턴생활도 한달뿐이라 생각하니 새삼 기숙사에서 보낼 시간이 애틋해진다. 쉽게 잠들기 아쉬운 새벽이다

어떤 기분이어야 하는걸까.

2014년, 의사로서의 첫번째 해는 인턴으로 꽤 열심히 살았다.살면서 나의 시간, 잠, 노력, 체력을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쏟아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올해도 어느새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고, 불확실했던 많은 것들은 대부분 결정되었다. 페이스북엔 친구들의 합격고백(?) 소식이 가득인데 나는 말이 없다. 수술방에서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도 나에게 갑자기 (필요이상으로) 친절해지셨다. 그래, 나는 떨턴이 되었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가득하던 과 지원을 결심하면서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지 않은건 아니었지만, 시험준비를 하면서는 늘 긍정적인 결과만 생각하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최선을 다한다'는 스스로의 기준이 조금 모호했던 느낌이라 무의식적으로는 내가 합격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